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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배운 뒤 아이들 표정 되살아나”…후원단체 지원 중단에 어려움도
(나이로비=연합뉴스) 우만권 통신원 = 동아프리카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 외곽의 주자(JUJA) 지역에서 한국인 부부가 생활고에 짓눌린 현지 어린이들에게 노래를 가르치며 미래를 열어주고 있어 현지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현지 스와힐리어로 ‘평화’라는 뜻을 지닌 아마니(Amani) 음악학교를 세워 운영하고 있는 김낙형, 오정녀 씨는 이탈리아와 미국에서 공부를 마치고 한국의 대학에서 교직 생활을 하다 9년 전 케냐로 건너온 선교사 부부다. 현지에 도착해 케냐의 어린이들이 가난에 찌든 일상에서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어가고 있음을 안타깝게 여긴 두 사람은 아프리카인의 타고난 음색과 리듬감을 살려 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쳐 보기로 했다고 한다. 여느 아프리카 국가처럼 케냐도 음악에 대한 정부의 지원과 정책이 크게 미흡해 어려움이 있었지만, 방과 후 음악학교를 세워 합창단을 만들고 음악 지도자과정 컬리지까지 세웠다. 등록금을 내지 못해 매일 집으로 돌려보내지는 학생들, 방과 후 주린 배를 안고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 텅 빈 집으로 들어가기 싫어하는 학생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한 아마니 음악학교. 지난 28일(현지시간) 연합뉴스가 찾아간, 양철로 지은 조그만 교회 옆에 자리한 아마니 음악센터에는 25명 남짓한 어린이들이 합창연습에 여념이 없었다. 한낮의 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들 어린이는 청아한 목소리를 한데 모아 감동 어린 선율을 뽑아내고 있었다. 케냐 아마니(Amani) 합창단이 연습에 열중하고 있다[연합뉴스 자료사진] 현지 한국 대사관이나 한인회 행사 때면 ‘경복궁 타령’ 등 한국 노래도 완벽하게 소화해 박수갈채를 받는 이들은 처음에는 음악을 전혀 알지 못했다. 악보도 피아노도 처음 보는 아이들에게 수년에 걸쳐 힘든 교육을 한 끝에 지금은 200여 명의 많은 어린이가 음악 수업을 즐기며 제법 합창단의 면모를 갖춰 가고 있다고 피아노를 치며 지휘를 맡은 오 씨는 귀띔했다. 하지만 가난에 찌든 부모들은 아이들이 초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돈 받고 시집 보내거나 허드렛일을 시켜 아이들의 미래의 꿈을 앗아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 부부는 “슬럼가에 있는 교육장에서 수업 후 귀가하던 학생이 목에 칼을 들이대는 괴한에 성폭행을 당할뻔한 사건 등을 접하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그들을 위해 우리가 해 줄 수 있는 최선이 무엇인가를 항상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아마니 음악학교는 현재 케냐 내 6개 지역에 교육장을 운영하며 음악을 가르치고 있고, 2년제 음악 지도자과정 컬리지와 2개의 합창단을 훈련하고 있다. 부부는 가난한 집안 형편 때문에 끼니를 거르는 마사이족 어린이 250명의 학생에게 점심 급식도 제공하고 있다. 처음엔 두 사람이 각 지역을 다니며 지도하였으나 이제는 이곳을 졸업한, 뜻을 함께하는 젊은이들이 소외되고 어려운 환경을 이겨낸 자신들의 과거를 떠올리며 열심히 지도하며 봉사하고 있다. 작년에 고등학교를 졸업한 헬렌은 학교성적이 뛰어나 의과대학에 지원하는 것이 꿈이었으나 어려운 집안 형편으로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아마니 리더십 컬리지 과정을 마친 뒤 교사로 헌신하기로 했다. 부부는 “처음엔 세상 고통을 다 짊어진 것처럼 주눅이 든 아이들이 이제는 서로 깔깔거리고 웃는 등 표정이 밝아졌고 긍정적인 마음을 갖게 됐다”라며 “공부도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니 미래의 아프리카 리더로 이끌어 줘야겠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이렇듯 모든 것이 순조로운 듯하지만, 이 부부는 현재 고민에 빠졌다고 털어놨다. 그간 센터 운영자금을 지원해 주던 국내 한 후원단체가 내부의 어려운 사정 탓에 지원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음악 지도를 받고 허기를 채울 수 있다는 기대감에 1시간여 거리를 마다치 않고 음악학교로 향하는 아이들과 청년들에게 ‘이제 모든 걸 접어야 한다’고 말해야 하는 날이 올까 봐 마음이 아프다”라면서 “음악으로 희망을 찾고 미래의 주인공이 되려는 이들에게 지속적인 도움을 줄 따뜻한 손길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케냐 아마니(Amani)합창단 모습[앞 줄에 김낙형, 오정녀 씨 부부/연합뉴스 자료사진] airtech-kenya@yna.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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